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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샤프는 왜 망했나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우량기업이라며 주목받던 샤프. 그들은 왜 지금 벼랑끝에 몰렸나.

샤프 관계자의 상당수는 "샤프의 2000년대는 꿈에 취해 있었다"고 회고한다. 분명히, 가전회사에서도 중위권이었던 샤프는 2000년 이후 상위권 회사로 도약했다. 원동력이 된 것은 LCD다. 1998년, 당시 사장인 마츠다는 "브라운관 TV를 모두 LCD TV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2000년 초에는 "20세기에 두고갈 것, 21세기에 가져갈 것"이라는 광고로 혁신적인 기업 이미지를 확립한다. 그리고 LCD TV인 "아쿠오스"로 일본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경영진은 과감한 투자를 계속 결정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TV용 LCD 패널 라인인 미에현 제2,3공장, 카메야마시 제1,2공장을 조성하는 데에만 8000억엔 이상을 쏟아부었다. 그 상징은 2004년 1월 가동한 카메야마 1공장이다. 산지명을 브랜드화한 "세계의 카메야마"는, 일본 장인정신의 모델로 여겨 언론에서도 주목받았다. LCD 패널에서 TV 생산까지 수직계열화하는 전략은 맞아 떨어졌고, 샤프의 실적은 급격히 확대한다. 2007 회계연도에 샤프는 역대 최고인 매출 3조 4177억엔과 순이익 1019억엔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러한 샤프의 도전은 회사의 체력을 월등히 넘고 있었다. 회사의 프리 캐시플로우는 영업이익이 과거 최고를 경신한 2006년에도 마이너스였다. 순이익이 확대하던 2000년대 전반에도 일관적으로 순자산 비율이 저하하고 있었으며 이는 막대한 투자가 원인이다. 막대한 투자는 샤프의 재무 체질을 악회시키고 있었다.

물론 결과론으로 비난하는 건 쉽다. 샤프의 적극적 전략이 전부 실수라고는 단언하기 어렵다. LCD 패널은 반도체와 같이 최첨단 설비를 도입하면 생산수량이 크게 증가하는 동시에 생산비용을 크게 내릴 수 있다. 이러한 산업에서 투자를 주저하면, 금세 경쟁에서 도태되고 만다. 샤프 간부의 "치열한 경쟁에 이기기 위해, 경쟁자에 앞선 과감한 투자가 필요했다"는 말은 진실이다.

샤프의 불행은 LCD 패널값의 하락이 상상이상이었다는 것이다. 32인치 TV 패널의 경우 2004년엔 865달러였지만 2011년에는 149달러까지 폭락했다(디스플레이서치). 대형 LCD에서 세계 1위인 LG디스플레이와 2위 삼성전자조차 보급형 LCD패널 사업은 흑자가 어렵다. 이런 가혹한 시장에서 싸우는 일본회사에는 엔고라는 무거운 짐도 있었다.


--패널의 외판 전략과 소니 "철수"의 오산


LCD 패널 회사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증산 투자를 계속했다. 새 공장이 가동하면 공급량이 급격히 증가한다. 그러나 한번이라도 수요 증가세가 꺾이면 가격 또한 급락한다. 그런데도 거액을 투자한 이상, 생산은 멈출 수 없다. 이제 LCD 회사를 기다리는 것은 소모전이다.

샤프의 잘못을 지적해보자. 사카이공장(2009년 10월 가동)의 4000억엔 이상의 투자에는 당시 업계에서도 의문이 많았다. 한국-대만 회사에 더해 중국 회사의 참가로, 근시일 내에 패널이 공급과잉이 되는 건 명백했다.

사카이공장은 샤프가 TV 판매가 아닌, 패널 판매로서 살아가기 위한 결단이었다. 42인치 패널 환산으로 연간 1300만대의 생산능력을 가진 사카이공장 착공을 결단한 것은 샤프가 LCD 패널이라는 중간재 판매로 세계 1위를 노렸기 때문이다. 샤프는 안정적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2008년 2월엔 당시 LCD TV 시장 2위인 소니와 손을 잡았다. 사카이공장에 샤프가 66%, 소니가 34%를 출자해 출자비율에 해당하는 패널을 구입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LCD 패널 사업에서 리스크를 각오했다면 이러한 리스크 관리는 최대 중요요소가 된다. 소니와의 합작 사업은 그 열쇠가 될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니와의 합작은 실패했다. 소니는 2009년말 100억을 투자해 사카이공장의 지분 7.04%를 취득했지만, 이후 추가 출자는 없었다. 올해 소니는 사카이공장의 주식을 샤프에 매각했다.

왜 그랬을까. 소니의 전 임원은 "2006년 이전에 샤프와 LCD 패널사업의 합작 논의를 하고 있었다. 당시 샤프 사장을 찾아가면 "어디의 누구냐"는 식으로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고 증언한다.  자사 패널 공장이 없던 소니에 대해 샤프가 자사 우위의 태도를 보이는것에 질린 소니는 삼성과 패널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패널 조달이 원만하지 않자 2008년엔 사카이공장에의 출자를 결정한다.

그러나 제휴 이후에도 샤프는 소니를 중히 여기지 않은것 같다. 사카이공장이 가동한 직후인 2009년 가을, 일본에서는 에코포인트 제도 도입으로 LCD TV가 불티나게 팔렸다. 그런 와중 샤프는 자사 TV용 패널 공급을 우선해 납품 지연을 자주 일으켰다. 당연히 소니는 불만을 가졌고, 소니의 패널 구입은 계속 줄다가 현재는 거의 거래가 없다. 관계자에 의하면, 샤프가 대만 홍하이와의 제휴한 목적은 소니와 친한 홍하이와의 연줄로 악화된 소니와의 관계 개선도 있었다. 하지만 홍하이 사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니는 샤프의 패널을 구입하지 않았다. 

샤프는 도시바와 같은 다른 유력 고객에게도 패널의 수급이 타이트하게 되면 납품 지연을 일으켰다. 수급이 완화되면 고객은 샤프를 떠났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사카이공장의 외부 판매는 해를 거듭하면서 감소했고, 작년 기준으로 사카이공장의 외판 비율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카이공장을 만든 시점에서 샤프는 아쿠오스를 버려서라도 패널의 외판에 집중해야 했다"고 한결같이 지적한다. (끝)

2012/09/04

http://newsbiz.yahoo.co.jp/detail?a=20120904-00000001-toyo-nb
http://newsbiz.yahoo.co.jp/detail?a=20120904-00000002-toyo-n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