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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칼럼] 소니는 왜 몰락했는가

어제 사사키의 글(소니의 직판 사이트가 IE6,7로 밖에 볼 수 없다!--IT저널리스트 사사키가 트위터로 통렬비판 [12/16])에서 발단한 소니 논란이 있었는데 소니스토어의 대응 브라우저가 IE 6/7이라는 사실만으로 '소니는 죽었다'고 하는 것은 과장된 말이다. 소니의 증상은 창업 60년이 넘은 기업으로서 겪는 보통의 대기업병으로 다른 대기업에 비해 그렇게 심하진 않다. 오히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소니에 기대한다는 것은 희망적이라고 하겠다.

다만 코지노도 지적하듯이 이데이 사장 시절에 채용된 미국식 경영체제가 조직관리를 혼란시킨 게 문제였다. 예전에 쓴 기사처럼 이데이는 '전형적 일본기업'인 소니에 형태만 '주주 자본주의'를 도입하는 한편으로 발본개혁이 없이 900개 이상의 자회사를 온존켰는데 그가 소니를 나쁘게 만든 주범이다.

나는 20년 이상 소니의 주주로서 지켜봤지만 소니가 혁신자였던 것은 PS2 시절까지로 이후 히트상품은 없었다.

기술을 모르는 이데이는 "소니의 제품은 모두 IPv6를 지원시킨다"라던가 "MS와 제휴한다"라는 등의 넌센스적인 방침을 내걸었고 결국 회사에서 소외돼 버렸다.

이데이는 또한 '저항세력'인 아날로그 부문의 발언력이 강하자 거기에 대항키 위해 임원이 능동적 투자자로서 EVA와 같은 투자수익을 보고 조직을 재편하는 수법을 취했다. 하지만 현금흐름이 좋은 아날로그 부문의 수익이 오히려 좋았고 특히 독점적인 점유율을 가진 방송부서가 강한 발언력을 가지고 인터넷 관련부서를 정리했다. 이로 인해 이데이가 매년과 같이 회사 재편을 반복하게 되는 와중에 회사는 조각나 흩어지게 되었다.

특히 치명적이었던 것은 PS3의 실패다. 나는 이것이 발매될 때 지속적 이노베이션의 실패가 된다고 예언했지만 그대로 돼버렸다. 이런 소니의 계속된 부진속에서 유일하게 실적이 좋았던 쿠타라기 켄만이 부사장으로 승진해 네트워크나 반도체까지 통괄하는 독재자가 되었다.
  그는 PS2를 기반으로 한 PSX를 개발했는데 TV녹화기기로서는 어중간하여 실패했고 동시에 다른 사업부에서 개발된 '스고로쿠'가 성공하자 스고로쿠의 사업부를 PS사업부에 통합시켜버렸다.

또 하나의 실패는 애플의 아이튠에 대항할 만한 음악전달 시스템 및 휴대용 플레이어를 개발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때도 쿠타라기가 전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던 부문을 자신의 조직에 통합시켰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공중분해하게 되었다.

아이튠즈가 후에 발매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의 모체가 되어 애플을 살린 것을 생각해보면 사내정치로 부서를 없애버린 쿠타라기는 (이데이와 더불어)소니 몰락의 공범이라고 불려져도 어쩔 수 없다.

이러한 세력싸움이나 사내정치는 전체 종업원이 16만명이나 있는 대기업으로서는 그렇게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이데이의 최대 과오는 미국식 경영을 도입한 게 아니라 그것을 철저히 하지 않았던 것이다.

공식회의에서는 최종결과만 거론되지만 실제의 인사나 조직은 '힘있는' 임원이 움직이게 된다. 일본적인 장기적 관계는 사내정치 등의 비용을 줄이는 이점이 있지만, 그것을 깨자 노골적인 파벌항쟁이 활개치게 되어 일본,미국식 기업통치의 결점만 겸비하는 결과가 되었다.

상투적인 이야기지만 일본의 기업은 전후의 단기간으로 성장해 좌절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외형만 큰 동네공장"인 채로 남은 회사가 많다. 이런 기업에서는 창업자의 카리스마가 구심력이 되기 때문에 이데이와 같이 샐러리맨 사장(전문경영인)이 계승하면 컨트롤을 잃어 버린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사업 매각 등을 통해 규모를 축소하고 핵심업무에 집중하는 것밖에 없지만, '고용책임'을 지고 구심력이 약한 사장에게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 이것이 일본의 대기업이 안는 딜레마이다.      
 
http://news.livedoor.com/article/detail/5214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