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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닌텐도는 소셜 게임과 공존할 수 있을까



가정용 게임계의 맏형 닌텐도의 실적이 나쁘다. 2011년 결산 예측치는 매출-이익 모두 대폭 하향수정됐고 주가는 금년 최고가에서 한때 60%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다. 작년 주력 제품의 판매수(일본)는 Wii가 최고치의 1/3, DS는 1/4 정도까지 떨어졌으며 게임의 판매량도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급성장하는 소셜 게임이 닌텐도의 파이를 빼앗고 있지 않을까"라는 지적이 있다. 확실히 모바일 게임을 운영하는 DeNA나 GREE의 실적은 절호조이며 코나미와 같이 패미컴부터 시작한 게임사도 소셜 게임에서 큰 이익을 올리고 있다. 소셜 게임은 PC나 휴대폰의 SNS를 통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고 기본료조차 없는 게임이 많다. 또한 Wii와 같이 게임기를 구입하지 않아도 할 수 있으니 매력을 느끼는 소비자가 적지 않을 것이며, 소셜 게임의 입구인 SNS는 수억 단위의 유저가 세계에 퍼져있다. 새로운 시대의 물결은 닌텐도를 삼켜버릴까.


*공존과 분리

Wii나 DS는 큰 성공을 거뒀지만 이런 내구재 제품은 팔리면 팔릴수록 판매여지가 적어지는 게 이치이다. 따라서 현재 닌텐도의 실적 악화는 주력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종반에 달한 점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이와타 사장의 말과 같이 유력 소프트의 부족이 실적악화의 주요인이다.

소셜 게임이 닌텐도의 쉐어를 침식하고 있는가 하면, 현 시점에선 아직 그렇게 큰 임팩트는 없는 듯하다. 닌텐도의 조사에 따르면 DS 유저 중 21%가 소셜 게임을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층은 소셜 게임에 의해 DS의 이용빈도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그들은 양쪽의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말이며 DS와 소셜 게임이 공존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이와 동시에 가정용 게임과 소셜 게임이 파이를 나누는 일도 예상할 수 있다. 소셜 게임에서는 유저끼리의 교류나 시간때우기 요소가 중시되기 때문에, 가정용 게임기의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고픈 유저'와는 타겟이 약간 다르다. 예를 들면 대전형 격투게임이라면 유저가 시간을 들여 조작법 등을 숙달해 '강해진다'라는 게 이전의 게임이었다면, 아이템 과금형의 소셜 게임에선 돈을 지불하는 것으로 '능력을 사거나 타인에게서 받는다'라는 지름길이 존재한다. 이러한 즐기는 방법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정용 게임 팬이 소셜 게임이로 쉬이 이동한다고 생각하는 건 경솔한 생각이다.


*닌텐도가 직면한 과제

그렇다고 닌텐도의 미래가 이대로 좋다고 말하는 건 결코 아니다. 최근의 게임 시장은 HW나 SW의 성공적 동향으로 좌우되기 십상인 마켓이다. 어느 일정한 사이클로 매력적인 제품을 내지 않으면 시장은 축소한다. 소비는 침체됐고 게임 이외의 오락은 많다. 게임시장을 계속 번창하게 만드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닌텐도에 있어 주요 과제는 게임인구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유저의 충성심을 높이는(열성 게이머를 늘리는) 데 있다. 게임인구는 '게임 이탈'이라고 불릴 만큼 축소됐지만 닌텐도가 Wii나 DS를 통해 새로이 많은 유저를 늘린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지금에 와선 코너에 몰렸다.

그럼 유저의 충성심이라는 건 어떨까. 이전부터 게임을 좋아하는 층은 차치하고 Wii나 DS가 계기로 처음 게임기를 구입한 라이트 유저는 그후 게임에 흠뻑 빠졌을까. 필자의 집에선 다이어트를 위해 구입한 Wii 피트가 오랜 기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닌텐도의 조사에선 DS 보유자의 1/4이 이미 DS를 플레이하지 않는 게 나타나고 있다. 소프트 판매량이 주춤하는 건 유력 소프트의 부족만이 아닌 라이트 유저의 게임욕이 자극받지 못한 게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소셜 게임이 낳은 '슈퍼 라이트 유저'와 '자유로운 참가 환경'

지금 닌텐도는 새로운 라이프 사이클의 창조를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3차원(3D) 게임을 즐길 수 있는 '3DS'는 발매 직후부터 대폭 가격인하를 피할 수 없었고 내년 발매예정의 Wii U의 가능성은 미지수. Wii와 DS는 상당한 라이트 유저를 늘렸다고 생각되지만, 과연 3DS나 Wii U가 새로운 유저를 더 늘릴 수 있을까. 혹은 열성팬이 되지 않은 Wii, DS 보유자가 이러한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구입할까.

소셜 게임은 확실히 게임인구의 확대에 공헌하고 있다. 앞선 전제대로 가정용 게임과 소셜 게임은 성질이 다르고 소셜 게임은 닌텐도가 닿지 않은 층에 손길을 뻗고 있다. 게임을 거의 한 일이 없는 '슈퍼 라이트'층이나 '게임을 이미 졸업해버린'층이다. 이러한 층에 게임을 즐겨주길 바란다면 게임기를 살 필요가 없다는 게 큰 계기가 된다. 소셜 게임은 보다 많은 사람들을 게임 세계로 권하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이용하면 최종적으로 닌텐도의 플랫폼에 유저를 유도하는 장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게임의 폭을 넓히는 것만이 아닌 라이트 유저의 게임열을 계속 자극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역시 소프트의 질과 양이 열쇠이다. 현재의 가정용 게임기는 HW의 고성능화나 소프트의 제조비용이 커져 게임 제작의 허들이 상당히 높다. 그 결과 소자본 회사의 참가나 도전적 기획이 방해돼 매력적인 게임이 생기기 어려운 구조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소셜 게임에의 허들은 이전의 게임에 비해 훨씬 낮다. 네트워크나 단말기의 제약 때문에 표현력은 좀 부족해도 그만큼 간단히 제작할 수 있다. 물리적인 재고나 유통이 없기 때문에 리스크도 적다. 수많은 타이틀이 늘비하기 때문에 성공하기는 힘들지만, 성공하면 큰 이익이 된다. 이와 같이 자유롭고 리스크 부담이 낮은 소셜 게임이라는 토양이 보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많이 낳게 한다. 처음의 패미컴 시절과 같은 상태라고 할까. 이러한 아이디어가 닌텐도의 하드 및 플랫폼 구조에 존재하면 보다 많은 유저의 기대에 응할 수 있을 것이다.


*행운을 놓치지 마라

이와 같이 소셜 게임은 닌텐도에 있어 위협이 아닌, 오히려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가능성이 숨겨져 있다. 그러나 닌텐도가 이 찬스를 놓친다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괄목상대의 성장을 이루는 소셜 게임은 언젠가 가정용 게임기에 지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타이틀을 낳을 수 있고, 과금 수단도 다양화할 것이다. 그때 보다 많은 라이트 유저가 소셜 게임에서 만족하게 되면 닌텐도의 판매기회는 없어진다. 소셜 게임 시장이 확대하면 유력 게임 메이커가 소셜 게임기로 축을 옮길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닌텐도는 소프트 부족에 빠질 뿐만 아니라 HW 메이커 및 라이센스 사업조차 성립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클라우드화라는 시대의 조류는 멈추기 어렵고 미래의 아이들은 '게임 전용의 단말기'라는 존재에 의문을 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릴적 패미컴을 보고 자랐다. 하지만 미래의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보고 자란다. 그들은 부모님에게 게임기를 조르지 않고 GREE에 접속하게 될지도 모른다(안전성이 담보된다면 부모들도 이쪽이 저렴하게 든다).

앞으로도 닌텐도는 게임기만이 가능한 노는 방법을 탐구할 것이다. 지금 아이들이 동물원에서 3DS를 손에 들고 '3D사진집'을 만들듯이 소셜 게임에서는 얻기 힘든 훌륭한 게임 체험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가정용 게임기를 진화시키는 것과 소셜 게임이라는 새 구조를 품에 넣는 건 꼭 상반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많은 과제에 직면한 이 시기에 소셜 게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태어난 것은 닌텐도에 있어 행운이다. 트럼프 제조사에서 극적인 변화를 거쳐 패미컴을 낳은 그들은 다음 변모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는 않을까.